고래파란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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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3]

오리엔테이션 부분만 벌써 세 번째다. 고지식하리만치 도파민 중독에 관한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그  대안으로서의 ‘균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험성을 알리는 표식 하나 세워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중독 자체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에 따라서겠지만, ‘중독’이라는 단어를 걷어내고 나면,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나쁜 것은, 중독이 야기하는 ‘폐해’다.  

영화 ‘타짜’를 보면, 화투를 가르쳐달라 졸라대던 고니(조승우)에게, 평경장(백윤식)이 이렇게 대꾸하는 장면이 나온다.

“기리케 인생을 망치고 싶으면, 차라리 마약을 하라우”

차라리 마약을 하라는 것은, 마약 중독보다, 도박 중독의 폐해가 더 크다는 것을 암시한다. 마약에 중독되면 투약을 하는 나 하나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상하지만, 도박은 주변을 모두 함들게 하기 때문으로 읽힌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도박에 중독이 되면, 고통을 피하려는 인간 본연의 성질은 더 강해진다. 필연이다. 이 본성은 ‘따서 갚지 뭐’하는 ‘희망’과 적절히 버무려졌을 때, 제대로 그 폐해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설사 가진 돈을 모두 잃더라도, 쉬운 거짓말로 주변에서 더 구할 수 있다, ‘따서 곧 갚을 것’이기 때문에, 일단 구할 수만 있다면 거짓이든, 사실이든 아무래도 괜찮다. 그래서 도박빚을 내는 사람치고, ‘한 달 후에 줄게’하는 사람이 좀처럼 드문 것이다. 대부분은 ‘내일 줄 수 있는데’거나, 길어야 ‘다음 주에 줄 수 있는데’가 보통이다.  

이렇게 지키지 못할 약속이 습관화되면서, 주변의 신뢰는 서서히 무너지고, ‘보편적으로 나쁜 놈’이 돼 가면서 고립무원에 이르는, 악순환의 고리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나에게 쉽게 돈을 내어줄, 매우 가까운 주변으로 한정되지만, 몇 번의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이마저도 무감각해지고, 범위는 마치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확장된다.

어디 이것뿐인가?

‘그릇된 희망 의식’은 심각한 도덕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곧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생각에 손대지 말아야 할 돈에 손을 대기도 한다. 이것은 절도나 횡령과 같은 것의 모습을 띄기도 하고, 때로는 훨씬 더 흉악한 모습을 띄기도 한다.

필자의 첫 번째 도박 중독기 또한, 돈을 더 이상 빌릴 곳이 없게 됐을 때, 더 이상 나의 거짓말에 속아주는 사람이 없을 때, 자의가 아닌 이유로 겨우 멈출 수 있었다.

실제가 이러니, 포커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며서, 어찌 그 위험성을 묵과한 채, “포커는 스포츠입니다. 마냥 즐겁습니다. 즐기세요.”라며 시작할 수 있겠는가.

자, 다시 돌아와 애나 렘키 교수의 말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보자.

고통 쪽으로 기울어진 저울은, 상당한 절제 기간을 거친 사람들도 다시 중독에 빠지게 만든다. 그저 평범한 기분을 느끼려해도, 중독 대상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경과학자 조지 쿡은 이러한 현상을 ‘불쾌감에 따른 재발’이라고 표현한다. 중독 대상에 다시 의존하게 되는 이유가,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랜 금단에 따른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완화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중독 대상을 꾸역꾸역 잘 참다가도, 재발하게 되는 순간, 우리 스스로를 너무 쉽게 무너뜨리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꽤 오랜 시간 금연을 하다가, 딱 한 대 무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으로 돌아가 버리는 것과 같은 것 말이다. 

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접근성’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즉, 접근이 용이한 것일수록 재발의 위험이 그만큼 더 커지다는 것이다. 이것을 다른 각으로 보면, ‘쾌락 과잉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접근이 용이한 쾌락거리가 늘어나면 날수록, 심리적 경계심을 더 강화해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또 ‘균형’의 문제다.  

고도의 도파민을 생성하는 중독 대상은 언제나 문제를 일으킨다. 건강 문제, 타인과의 관계 문제, 혹은 도덕적 문제 등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결국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중독 대상들은 그것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도록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점과 심각성을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의존의 부정적인 결과를 깨닫는 것이 의존을 멈추게 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과거, 도박중독의 실태에 대해 보고하는 영상에 비친, ‘끔찍한 아버지’의 사연을 목격한 적이 있다. 한 아버지의 ‘끔찍한 사연’이 아니라, ‘끔찍한 아버지’의 사연이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 재미교포라고 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고국에 놀러 와서 심심풀이 삼아, 강원랜드에 들렀다고 했다. 빠른 중독화가 진행됐고, 쥐도 새도 모르게 전 재산을 탕진했다고 했다. 그렇게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순간, 미국에서 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부고까지 전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눈곱만큼의 이성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딸의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카지노에 남았고, 도박에 몰두하기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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